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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상보 대행목자(목장분가)


수정교회에 오게 되면서

약 20여년간 설교는 많이 했지만 이런 개인간증을 공적인 자리에서 하는 것은 난생 처음이라 얼마나 힘들고 어렵던지 설교준비보다 간증준비가 제게는 더 어려웠습니다.

조상 대대로 장로교 집안에서 신앙생활을 해왔고 또 목회자로 살아왔기에 좀 다른 수정교회에 적응하기에 쉽지 않은 시간들이 있었습니다. 예배도 길고, 순서도 참 많고, 아이들은 뛰어다니고, 분주한 주일예배는 참 이해하기도 어려웠고 앉아있기도 힘들었습니다. 가정교회라는 것, 또 수정교회의 목장모임과 삶공부, 그리고 영혼구원에 초점을 맞추는 교회 구조를 이해하기 전까지, 제게는 수정교회가 뭔가 수상하고도 이상한 교회로 생각되었습니다.

그런데 먼저 수정교회에 와서 잘 적응한 저희 아이들로부터 들려오는 교회에 대한 훈훈한 소식들, 각 기관과 목장에서의 이야기, 목자, 목녀의 헌신적인 일들을 자주 듣게 되었습니다. 그러면서 차츰 차츰 교회에 대한 오해를 벗게되고, 호감을 갖게 되었습니다. 그 호감이 주일예배 참석으로 이어졌고, 그 복잡한 예배 순서들에서 은혜가 되어졌습니다. 그리고 교회에서 성도들 한 사람, 한 사람 개개인들을 알아가면서 그 개인들이 다들 모두 놀라운 간증들을 소유한 주인공들임을 깨달으면서 저희의 마음이 점점 수정교회 안으로 빠져들었습니다.


수정교회 안에서

저희 속에 이러한 은혜들이 있게 되면서 아내는 교사로 봉사하게 되었고 집에서 아이들을 돌보는 일까지 하게 되고 그 아이들을 위해 기도하는 교사로서의 생활에서 또 다른 행복을 맛보게 되었습니다.

저는 어릴적부터 취미로 좋아해왔던 사진을 통해 봉사할 기회를 찾았습니다. 시드니에 오면서 바쁘게 살다보니 그 아끼던 카메라도 곰팡이가 피도록 방치해 두었었는데 그 카메라를 다시 잡은 것입니다. 내가 수정교회의 한 식구가 된 것 만으로도 참 감사한데 그 기적의 주인공들을 사진으로 담아내는 일을 할 수 있게 되어서 참 행복했습니다. 수정교회의 역사가 될 한 사람, 한 사람의 모습과 사건들을 기록하고 보존하고, 또 당사자에게 사진을 전달하는 이 일을 감사함과 행복한 마음으로 감당하고 있습니다.

저는 이렇게 훌륭한 분들을 지켜보며 박수치는 일로만 행복하려고 했습니다. 사실, 제게 목자를 하라고 권할 때 지금까지도 거부해왔고, 또 끝까지 거부하며 ‘나는 아니다’라고 하려고 생각해왔었습니다. 그런데, 가정교회에 대해 좀 더 깊은 이해는 하고 싶었습니다. 오래 전부터 캄보디아 선교여행을 가기로 이미 예정되어 있었지만 그 기간을 줄여서 한국에서 열리는 ‘선교사를 위한 가정교회 세미나’를 참석하게 되었습니다.


목자로 헌신하게 된 동기

세미나는 이루 다 말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은혜와 좋은 교제의 시간을 가졌습니다. 가정교회를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고, 선교사 지망생들과 세계 각지에서 오신 선교사님들과 교제하면서 많은 것을 듣고 배웠고 도전받았습니다. 그런데 저희가 받은 은혜는 전혀 생각지도 않았던 딴 방향에서 열매가 맺히게 되었습니다. 예정에도 없었고 아내와도 의논 한 번 하지 않았던 돌이킬 수 없는 목자로서의 결신을 그 많은 선교사님들 앞에서 제 자신도 모르게 하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돌아온 후 2개월 동안 떠밀리듯 목장분가를 준비해 왔습니다. 이렇게 떠밀리듯 하게 된 것은 주변의 많은 분들이 저희를 위해 엄청난 기도를 해 주신 분들의 기도 응답이라는 것을 나중에야 알았습니다. 이렇게 사람의 계획과 고집이 기도 앞에는 아무것도 아닌 것입니다.


몇 가지의 감사한 일들

저는 이 간증에서 꼭 하고 싶은 몇 가지 감사제목들이 있습니다. 그것들을 좀 나누고 싶습니다.


첫째, 가장 큰 감사는 수정교회와 송목사님 내외분을 만나게 해 주신 것입니다. 목사님, 사모님의 가끔 슬며시 지나가듯 제게 하신 말씀들이 제게는 찔리는 말씀이 되고, 그 어떤 명령조로 하는 말보다 더 강한 어필이 되어 오늘날 목자로 헌신하게 된 것이기도 합니다. 그 어떤 목사님들보다, 그 어떤 교회보다 가장 성경적이고 하나님이 가장 기뻐하실만한 교회를 일구어가시는 목사님 내외분을 통해 날마다 은혜를 경험하며 도전받으며 하나님의 마음을 다시 되새기게 된 것 같습니다.

둘째, 목회자로, 목사로, 선교사라는 이름을 달고 있었기에 사실은 마치 무인도에 사는 사람처럼 외로이 살아 왔습니다. 그래서 성도들과는 깊은 교제를 하기가 참 힘들었는데 목장으로 소속되게 되어 함께 교제할 수 있게 된 것에 참 감사드립니다. 네팔목장을 통해서 목장이 무엇인지, 어떤 곳인지, 무얼 하는지, 목자, 목녀라는 직분이 어떤 것인지,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보고, 듣고, 배울 수 있었습니다. 저희 몰래 목자 목녀가 되기를 위해 간절하게 기도해 주신 장로님, 권사님의 후원과 기도에 감사드립니다.

셋째, 담임 목사님과 보조를 맞추어 한 사람, 한 사람을 섬기면서 수정교회를 일구어가는 모든 목자, 목녀님들을 많이 존경합니다. 한국과는 달라 세미나, 독서, 동역자들간의 만남, 등 이런 재충전할 곳이 없어 늘 갈급했었는데 이제는 가까이서 목자, 목녀님들, 그리고 성도 한 사람, 한 사람을 만날 때마다 많은 것을 배우며 때로는 부끄러울 때도 참 많습니다. 이렇듯 저희가 보고 배울 수 있는 목자, 목녀님들, 훌륭한 성도님들이 있어 많이 감사합니다.

넷째, 무인도에서 탈출하고 보니 눈에 보이는 것이 더 많아졌습니다. 아는 인맥도 없다고 생각했었는데 눈이 뜨이고 보니 온통 주변에는 교회와 성도로부터 상처입은 사람, 은혜의 사각지대에서 형식적으로 신앙생활의 명맥만 유지하는 사람들, 하나님의 사랑이 필요한 불신자들이 너무 많은 것입니다. 할 일이 없다고 생각했는데 해야 할 일들이 너무 많아서 좀 추려서 해야할 정도가 되었습니다. 또 기도할 제목들을 다시 찾게 되었고, 기쁨을 갖고 일할 수 있어서 감사합니다. 더구나 눈을 뜨고 하나님의 마음을 갖고 하나님의 잃어버린 영혼을 보게 하심을 감사드립니다.

마지막으로 부족한 저희를 위해 기도해주시고, 따뜻한 눈인사와 미소, 친절히 대해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